의사도 놓친 유방암, AI가 찾아내다: 서울대병원 연구의 놀라운 결과

AI, 의료 진단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은 우리 삶의 다양한 영역에 깊숙이 파고들며 혁신을 이끌고 있습니다. 특히 의료 분야에서는 질병 진단, 신약 개발, 맞춤형 치료 등에서 AI의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게 탐구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영상 진단 분야는 AI가 가장 큰 잠재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입니다. 사람의 눈으로 놓칠 수 있는 미세한 차이까지 AI가 분석해냄으로써, 더욱 정확하고 신속한 진단이 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최근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 결과는 의료계에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바로 AI가 유방절제술을 받은 환자의 반대쪽 유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차암을 진단하는 데 있어 전문의보다 높은 성능을 보였으며, 심지어 전문의가 놓친 암까지 추가로 발견했다는 내용입니다. 이번 연구는 AI가 단순한 보조 도구를 넘어, 실제 임상 환경에서 의미 있는 진단 성과를 낼 수 있음을 입증하며 유방암 조기 진단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유방암과 이차암: 왜 조기 진단이 중요할까?

유방암은 전 세계 여성들에게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암 중 하나입니다. 다행히 의학 기술의 발달로 치료 성적이 많이 향상되었지만, 유방암 환자들에게는 또 다른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암 치료 후 다른 부위나 반대쪽 유방에서 새로운 암이 발생하는 '이차암'의 위험성입니다. 특히 한쪽 유방을 절제한 환자의 경우, 남아있는 반대쪽 유방에 이차암이 발생할 확률이 일반인보다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차암 역시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하는 것이 예후에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유방절제술을 받은 환자들에게도 정기적인 유방촬영 검사가 권고됩니다. 하지만 유방절제술의 영향이나 기타 요인으로 인해 일반인보다 검사의 민감도가 낮아질 수 있어, 더욱 효과적인 검진 방법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AI를 활용한 진단 연구는 매우 시의적절하며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서울대병원의 혁신적인 AI 유방암 진단 연구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장정민, 하수민 교수팀은 유방절제술을 받은 환자 4189명의 유방촬영 영상을 분석하여 전문의와 AI 소프트웨어의 암 진단 성능을 비교하는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이 연구는 유방절제술 후 반대쪽 유방에 대한 촬영 영상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암이 없는 무증상 기간에 촬영된 영상들을 활용했습니다.

연구팀은 판독 보조 AI 소프트웨어를 단독으로 사용하여 영상을 후향적으로 판독했습니다. 이 AI는 이미 일반인 대상 유방암 검진에서 진단 성능을 높이는 데 사용되고 있었지만, 유방암 병력이 있는 환자, 특히 유방절제술 후 환자를 대상으로 그 효과를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연구는 실제 임상 환경에서 AI가 얼마나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연구 결과의 핵심: AI의 높은 암 검출률과 민감도

연구 결과는 매우 고무적이었습니다. 실제 암 발생률은 2.7%였는데, AI 소프트웨어의 암 검출률은 1.74%로 전문의의 1.46%보다 유의미하게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는 AI를 단독으로 사용했을 때 더 많은 암을 발견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AI의 민감도였습니다. AI의 민감도는 65.8%로 전문의의 55.0%보다 높았습니다. 민감도는 실제로 암인 경우를 양성으로 올바르게 진단하는 비율을 의미합니다. 즉, AI는 실제 유방암 환자를 암으로 더 잘 식별해냈다는 뜻입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AI가 전문의가 놓쳤던 유방암 50건 중 16건(32%)을 추가로 발견했다는 것입니다. 이 추가로 발견된 암들은 대부분 1~2기 초기 암이었으며, 침습성, 호르몬 수용체 양성, 림프절 무전이 등의 특성을 보였습니다. 이는 AI 소프트웨어가 유방암, 특히 초기 유방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합니다.

물론 AI는 전문의 대비 특이도(91.5% vs 98.1%)는 다소 낮았습니다. 특이도는 실제 암이 아닌 경우를 음성으로 올바르게 진단하는 비율입니다. AI는 민감도가 높은 만큼, 암이 아닌데도 암이라고 판단하는 경우(위양성)가 전문의보다 많았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AI 판독 결과를 최종 진단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추가 검사의 필요성을 알리는 보조적인 역할로 활용될 때 가장 효과적일 수 있음을 나타냅니다.

AI 진단의 한계와 미래 과제

이번 연구 결과는 AI의 유방암 진단 가능성을 명확히 보여주었지만, AI 단독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장정민 교수는 "AI와 전문의의 노력으로도 치밀유방 등의 이유로 유방촬영에 보이지 않는 암도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치밀유방은 유선 조직의 밀도가 높아 유방촬영 영상에서 종양을 가릴 수 있어 진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AI 유방촬영 판독과 더불어, 치밀유방이거나 유방암 고위험군 환자의 경우 적절한 초음파 및 MRI 검사를 병행하는 것이 더욱 정밀한 진단을 위해 필요합니다. AI는 기존 유방촬영의 한계를 보완하는 도구로서 활용될 때 가장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향후 연구는 AI가 다양한 영상 진단 기법과 어떻게 통합되어 더 나은 진단 정확도를 제공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습니다.

AI와 의료 전문가의 협력으로 더 나은 미래를

서울대병원 연구팀의 이번 연구는 유방절제술 후 이차암 진단 분야에서 AI 소프트웨어의 효과를 세계 최초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집니다. AI가 전문의가 놓친 초기 유방암까지 발견해낼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앞으로 유방암 환자들의 이차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데 크게 기여할 잠재력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물론 AI 기술은 계속 발전해야 하며, 임상 현장에서의 적용을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와 검증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AI가 의료 전문가의 역량을 강화하고, 환자들에게 더 나은 진단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음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앞으로 AI와 의료 전문가들이 긴밀하게 협력하여 유방암을 비롯한 다양한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있어 더욱 발전된 미래를 만들어나가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래디올로지(Radiology)' 최근호에 게재되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